
























AP at (salt)
2024.9.1-9.14
제주시 애월해안로226 (salt)
2024.9.1-9.14
제주시 애월해안로226 (salt)
서문 _이유진
어렸을 적 미국 워싱턴 던지니스 시골 마을의 작은 작업실에서 봄방학을 보낸 적이 있다. 아직 마르지 않은 잉크 냄새와 무거운 캔버스 냄새, 간간이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라벤더 향기. 처
음으로 누군가의 작업실에 가본 기억이다. 나는 최경주 작가의 작업실에 가본 적이 없다. 서울로 가는 일정을 만들 수 없어 대신한 페이스타임 미팅 중 그녀 뒤로 배경처럼 본 게 전부다. 스쳐 지나가듯 보이던 건조대, 켜켜이 쌓인 페인트 자국들 때문에 어쩐지 그녀의 작업실이 익숙한 장소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작업실을 내어준 작업실 주인도 판화를 즐겨하던 사람이었다. 판화는 계속 찍어낼 수 있다는 복수성이 특징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기기 때문에 100개를 찍어도 같은 게 하나 없다. 최경주 작가의 작업은 더더욱 그렇다. 그녀는 이 과정을 수련하듯 임하기보단 요리하듯 경쾌하게 조리한다. 어지러워 보여도 그 안에 철저한 질서가 존재하는 그녀의 작업실 같다. 흰 천 위에 대비되는 색들로 추상적 이미지를 사용한 최근 작업과 달리, 이번 작업물들은 직조가 바로 느껴지는 천, 색이 있는 천 위에 텍스처가 강조되는 이미지와 형상화한 이미지가 절제된 범위의 색으로 레이어를 이룬다. 그녀가 선택한 색 또한 나는 빛이라 표현하고 싶다. 마치 제주가 날씨에 따라 모든 색이 존재하기도, 사라지기도 그리고 전혀 달라지는 것과 닮아 있다. 최경주 작가는 10년 전 어머니, 동생과 함께했던 제주도의 애틋하고 개인적인 기억을 선으로, 면으로 쌓고, 그 위에 우리가 공통으로 공유하는 사랑 모습을 쌓는다. 최경주 작가의 제주를 하늘에, 바다에 그리고 (salt)에 담았다. 그녀의 작업실에서 탄생한 제주를 2024년 8월 31일 시작으로 2주간 (salt)에 전시한다. Artist Proof의 1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 많은 분들이 함께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