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개인전
<Melting Point>
N/A Exhibitions
5.21 - 7.10.2021



2019년 어느 여름날 물리학 수업 당시 타원(ovals)이 완전한 도형이라는 것을 알았던 순간의 충격은 아직도가시지 않는다. 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는 원이었다. 이미 
16세기 요하네스 케플러에 의해 증명된 우주 물리학이라는 낯선 영역 속 완벽하다 증명된 타원은 나에게 아직 낯설고 불안정하게 다가오는한편 내가 그동안 믿거나 으레
생각했던 것들 중 적어도 하나는 무의미해지는 순간이기도 하여 반갑다. 〈녹는점〉은 마치 안개낀 낯선 길을 더듬거리는 것처럼 작업의 과정에서 느끼는 막막함, 불확실성,
불완전함과 기대감, 막연한 확신, 예측 불가능함에서 오는 신선함이 공존하는 순간을 포착하였다. 애초에원의 완벽함이 없듯, 일정 온도의 구간까지 진척 없이 나아가다 어느 순간 녹아내리는 0의 녹는점에서 시작된 작업은 일상 속 나 혹은 타자와의 관계 속 새로운 기록이다. —작가 노트 중에서

한 명의 창작자를 작은 우주라고 생각한다면, 창작 과정에서 무수하게 무질서가 교환된다. 이러한 무질서는 외부의 온도를 내리기도 하고 높이기도 한다. 작가 최경주는
녹는점에서 감지한 새로운 질서를 작품으로서 제시한다. 압(press)으로 이루어진 섬세하고 정밀한매체인 동판화(etching)는 예측은 가능하지만 압에 의한 불확실성으로
작가와 닮은 형태를 만들어 낸다. 그 자체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달한다.무질서한 방법으로 꿰어진실, 실 표면을 덮은 실리콘의 흘러내리는 질감, 종이 표면에 보이는
잉크의 두께, 태워서 만들어진 불확실한 형태, 그 자리에 녹아굳은 납의 흔적, 드럼사운드가 보내는 진동 등 감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각자의 녹는점에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한다.
끓는점보다 외부 영향을 적게 받는 녹는점은 작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많은변화의 지점이기도 하다. 엔트로피 (Entro-py)는 'In to transformation' 즉, 변화로 들어감을
의미한다. 질서에서 새로운 질서로 변화는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판화라는 매체로부터 출발하여 판화를 넘어서는 변화를 관찰할수 있다.
운동성이 강한 선(Line)으로 부터시작하여 정제된 면(surface)으로 변화된다. 사람의 실루엣, 해질 녘 노을이 계단을 밝히는 형태, 상처를 꿰매고 난 뒤의 피부 표면의
흔적, 움직이고 변화하는 모든 것이만들어 내는 이 세상의 불안정한 모양.이러한 것을 담은 작품은 작가 자신 또는 주변 관계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기록의 중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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